Network. Platform. Social Innovator
90년대말부터 지난 10여년간 지역을 살리자며 치열하게 지역현장을 지켜온 필자들이 모였다. 개인의 위기, 지역의 위기 앞에서 놀랍게도 이들은 여전히 답이 지역에 있음을 확신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에 몸담고 있다. 저자마다 방식이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강조점을 달리하지만(사회적 기업형, 자생적 커뮤니티 비즈니스형, 창조전략형) 이들 모두 ‘지역’이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가치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지역의 재구성>은 이들의 지역 실천을 상세하게 소개함과 아울러, 그 과정에서 불거졌던 갖가지 문제들을 진단하여 돌파구를 제안한다. 물론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 애썼다. 지역 현장에서 온갖 문제들을 끌어안고 씨름 중인 주민들이나 정책 실무자, 활동가들이 보고서 자기만의 대안을 찾는 데 조그만 더듬이 노릇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전주에서 사회적 기업과 문화, 마을을 엮다 - 김병수
전주 남부시장은 요즘 <다큐멘터리 3일>에도 방영될 만큼 핫하다. 젊은이들이 전통시장에 들어가 창업을 일구어낸다? 쉽지 않고 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김병수 대표의 사회적 기업 이음이 2002년 전주한옥마을 사업부터 해서 오래도록 지역에서 문화와 지역사회 사업을 엮으며 다져온 기반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사업은 가능했고 대성공이었다. 쇠락하는 재래시장이 젊은이들의 활력을 만나 되살아나는 스토리. 지역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이 지금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며 찾아와 살피는 곳, 전주 남부시장이다. 그곳에서 오래도록 활동한 김병수 대표의 목소리를 통해 그 신명 넘치는 성공담과 아울러 활동가의 애환도 접할 수 있다. 김병수 대표는 지역에 대한 얄팍하고 알량한 접근은 백발백중 실패하고 만다고 경고한다. 청년몰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는 전국의 재래시장 관계자들에게 이는 시사하는 바 아주 크다. “상황 자체를 흔드는, 일종의 ‘Shake’가 가능한 사람… 단선적인 사고를 벗어나 문제를 입체적으로 보는 능력을 계속해서 길러야 한다. …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과 이해, 포용이 필요하다. 지역을 사랑하고 깊이 있게 알아야 거기서 독자적인 솔루션이 나온다.” (82쪽)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적정 기술의 만남 - 강내영
문래동 예술인촌은 제법 유명세를 탔고 요즘도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출사족들이 왕왕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거기 어느 철공소 옥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는 이들은 적다. 더구나 그 옥상에 모인 도시농부들이 어떻게 ‘옥상텃밭’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 비즈니스 실험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이들은 더 적다. 그래서 그곳에 깃들어 있는 강내영 위원의 존재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일본의 온갖 커뮤니티 기반 스몰 비즈니스들을 누구보다 더 속속들이 꿰고 있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국내에 소개해온 장본인이다.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자발적으로 운영을 기획하며 자발적으로 농업학교를 여는 등 꾸준히 ‘텃발 파생상품’(지렁이 총각의 자립을 포함하여!)들을 내놓고 있는 문래옥상텃밭 모델에서 강 위원은 신자유주의의 과잉기술이 아닌 마을의 적정기술을 어떻게 일구어낼 수 있을지 희망을 본다. “나는 우리의 이 소중한 장소인 문래옥상텃밭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자유로이 넘나들고, 다양한 실험들을 할 수 있는 플랫폼 같은 넉넉한 장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28쪽)
연전연패 속에서도 식지 않는 지역혁신의 에너지 - 최정한
홍대 총장 말고 ‘홍대앞 총장’이 따로 있다. 1980년대에 베테랑 노동운동가였던 최정한은 지금도 홍대앞에서 그렇게 불린다. 인사동 마을만들기로부터 북촌, 홍대앞 클럽데이, 최근의 선셋장항페스티벌까지 최 대표의 지역에 대한 관심은 연전연패 속에서도 식지 않는다. 오히려 내발적 지역재구성으로부터 창조전략형 지역재구성 모델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는 ‘플랫폼2.0 구상’(192~5쪽)이다. 최 대표는 커뮤니티, 문화헤게모니, 비즈니스가 삼위일체가 되어 창조경제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문화마케팅에 대응하는 대안적 창조시장의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의 플랫폼2.0 구상은 과거 주민참여와 마을만들기의 틀 속에서 시도했던 플랫폼만들기와 질적으로 다른 차이를 보인다. 선셋장항프로젝트는 플랫폼2.0의 첫 시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2.0 구상은 지금도 장항이 아닌 또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현재진행형 프로젝트이다. “감성이 바뀌어야 지역이 변한다. 감성을 바꾸는 힘은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에서 나온다. 창조에너지를 융합할 수 있는 공간문화 전략과 장소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에 팽배해 있다. 나라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기도 하는 이 무시무시한 경제체제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위축되고 작아지고 파편화된다.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가, 마을이, 지역이 이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서 과연 새로운 대안을 일구어낼 수 있을까? <지역의 재구성>의 3인방은 기로에 선 지역 현장에서 이 끔직한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희망의 씨앗을 일구는 사람들이다. 본문의 3인방 각자의 스토리 속에도 녹아 있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신자유주의 위기 국면의 진단, 마을만들기의 현 주소, 소셜 플랫폼, 문화헤게모니, 거버넌스, 소셜 라이프와 도시성/장소성, 지역혁신에 대한 기대와 전망까지, 다양한 지역의 재구성 방안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한 권의 책으로 마련되었다.
- 출판사 서평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