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넘치는 사회






최근 어느 결혼정보회사에서 20~30대 여성들이 생각하는 배우자 감의 필수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 유머감각이 1위였다고 한다. ‘웬 유머감각?’ 재미있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여 한참을 들여다본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훌륭한 배우자 감으로 신실하고 성실한 태도나 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을 꼽은 것에 비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직장인들은 유행하는 유머 한두 개쯤은 알아야 하고, 면접을 보러 가서도 유머 있고 재치 있는 말을 잘 하는 지원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한다. 오죽하면 유머 학원까지 생겨났을까? 한 개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로 유머가 중요해진 것뿐 아니라 대중매체에도 유머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 전통적인 콩트 형식의 ‘개그콘서트’부터 연말 시상식을 휩쓴 ‘무한도전’에 이르기까지 유머 프로그램은 양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왜 우리 사회에서 유머가 이토록 주목받을까?

유머는 단순히 짧은 시간 동안 웃고 끝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우선 유머는 사람의 사고과정을 돕는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유머를 이용하면 훨씬 더 듣는 사람의 주목을 끌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더 잘 이해하고, 이후에도 기억하기가 더 쉽다. 그뿐 아니라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심각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각이 유연해지고, 더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낸다. 재미 있는 선생님의 수업은 아이들이 열심히 듣고 잘 기억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 유머는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유머 있는 삶은 긍정적이고 밝은 기분을 갖게 하고, 긴장과 각성을 덜 하게 한다. 나아가, 삶의 곳곳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우울이나 불안, 분노 등의 부정적인 기분을 감소시켜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 유머의 효과는 건강에도 이어진다. 쾌활한 마음가짐은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혈관계통 기능을 향상시키고, 근육-골격의 발달을 도우며,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다.

유머는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원활한 인간관계와 조직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유머는 의사표현을 할 때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때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그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유머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의 기분도 많이 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 역시 간접적으로 표현하여 너무 심각하고 공격적인 상황을 면할 수 있다.

한편, 유머는 ‘남’과 ‘우리’를 구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단마다 고유의 유머 코드를 가지고, 누군가만 그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웃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 집단 문화를 공유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남’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유머는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요소인 ‘이타적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 혹은 유머를 즐기는 사람은 남을 더 잘 돕는다고 한다. 아마도 건강한 심신으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기분 좋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다 보니 저절로 남에 대해서도 관대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유머는 단순히 키득대면서 시간이나 죽이는 놀잇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더 가깝게 만들고, 서로 돕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무자년 새해에는 나를 많이 웃게 하고, 또 남들을 더 즐겁게 해주는 유머가 가득한 사회가 되어, 마음가짐도 풍요롭고 남을 더 배려하고 돕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연신 고려대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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